이정현 사익스 떠나고, 문성곤 입대하고

안양 KGC인삼공사는 2016-2017시즌 통합 우승을 차지하며 최강팀으로 군림했다. 2017-2018시즌에도 우승을 노렸지만 주축 전력의 이탈 공백을 절감했다. 다재다능한 슈터 이정현이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전주 KCC로 떠났고, 키퍼 사익스도 재계약을 한 뒤 마음을 바꿔 팀에 합류하지 않았다. 사익스의 갑작스런 이탈로 인해 KGC인삼공사는 단신 외국선수 문제로 시즌 내내 골머리를 앓았다. 문성곤이 입대해 터프한 수비수 1명도 잃었다. 우승 멤버 3명 없이 시즌에 돌입한 KGC인삼공사의 발걸음은 무거울 수밖에 없었다.

KGC인삼공사의 공수 전력에서 이정현은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 우승을 결정짓는 위닝샷을 넣을 정도의 클러치 능력, 폭발적인 3점슛과 출중한 2대 2 플레이 능력에 수준급 수비력까지 겸비했다. 문성곤 역시 양희종과 함께 상대 에이스를 묶는 역할로 KGC인삼공사 김승기 감독의 전술 운용 폭을 넓혀줬다. 김 감독도 시즌 내내 "이정현, 문성곤 등 수비를 잘해주던 2명이 빠져 쉽지 않다"고 아쉬워했다. 사익스도 발군의 운동능력과 돌파력으로 팀 공격에 활기를 불어넣었지만 마이클 이페브라와 큐제이 피터슨도 사익스를 대신하진 못했다.

시즌 내내 이들의 빈자리는 컸다. 김 감독은 초반 이정현의 자리를 강병현과 가드진을 두루 활용해 메우려 했지만 여의치 않았다. 그러나 시즌 중반부터 전성현의 3점포가 불을 뿜으며 고민을 어느 정도 해소했다. 수비 약점을 보완한 전성현은 적극성을 더해 이번 시즌 경기당 평균 8.9점 3점슛 2.2개 3점슛 성공률 41.9%로 맹활약했다. 동기 문성곤에 가려져있던 한희원 역시 시즌 후반 궂은 일을 해주며 김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플레이오프 7경기에서도 경기당 평균 24분 12초를 뛸 정도로 기대를 모았다.

다만 사익스를 대신한 피터슨은 아쉬웠다. KGC인삼공사는 시즌 초반 사익스의 대체선수로 이페브라를 영입했지만 실패로 끝났고, 피터슨을 데려왔다. 피터슨 역시 사익스처럼 엄청난 운동능력과 스피드를 과시했지만 사익스처럼 팀에 잘 녹아들지 못했다. 경기 중에 자기 제어력을 잃어 팀플레이를 해치는 경우가 잦았다.

오세근, 사이먼, 양희종 있기에

KGC인삼공사는 전력누수 타격에도 불구하고 플레이오프 진출권을 따냈다. 오세근과 데이비드 사이먼, 양희종이 팀을 지탱해줬기 때문이다. 오세근은 KBL 최고의 센터로 완전히 자리를 잡았다. 은퇴를 선언한 김주성(DB)이 마지막 시즌을 보낸 가운데 오세근에 대적할 국내 센터는 찾기 힘들었다. 국내 선수 중 최고의 팀 공헌도를 기록했고, 경기당 평균 18.70점, 8.95리바운드, 3.98어시스트로 맹활약했다. 사이먼도 오세근과 서로 공을 주고받으며 하이-로우 게임을 하는 등 찰떡 호흡을 과시했다. 사이먼은 경기당 평균 25.68점으로 득점왕을 차지했고, 평균 11.11리바운드(3위)도 걷어냈다. 203cm의 큰 키에 3점슛까지 던지는 사이먼을 수비하느라 상대는 애를 먹었다. 블록 능력도 좋아 오세근과 함께 골밑도 든든하게 지켰다. 양희종은 늘 그랬던 것처럼 묵묵히 수비에서 궂은일을 하며 동료들의 투지를 일깨웠다. 게다가 경기당 평균 1.6개의 3점슛을 넣으며 약점으로 지적되던 외곽슛까지 향상된 모습을 보여줬다.

문제는 잇따른 부상악재였다. 팀 전력의 핵심인 오세근은 시즌 막판 오른 무릎 부상으로 고생했다. 치열한 순위 싸움이 한창일 때 오세근 없이 경기를 치른 KGC인삼공사는 정규경기 5위로 힘겹게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몸상태를 끌어 올려 플레이오프 무대를 밟았던 오세근은 울산 현대모비스와의 6강 플레이오프 도중 발목을 다쳤고, KGC인삼공사는 원주 DB와의 4강 플레이오프에서 오세근 공백을 절감하며 시즌을 마감했다. 양희종 역시 코, 손가락, 발목 등 줄부상에 시달렸고, 시즌을 마친 뒤 수술대에 올랐다.

그래도 KGC인삼공사는 시즌 도중 가드 김기윤과 센터 김민욱을 KT로 보내고 가드 이재도와 센터 김승원을 데려와 부족한 부분을 보완했다. 부상이 잦았던 김기윤을 포기하고 힘있는 수비와 저돌적인 돌파를 자랑하는 이재도를 품에 안았다. 골밑에서 버틸 수 있는 힘을 지닌 김승원은 오세근의 부상 때 쏠쏠하게 활용했다.

3년 연속 4강, '디펜딩 챔피언'의 자존심

KGC인삼공사는 6강 플레이오프에서 7년 연속 4강 진출을 노리던 현대모비스와 만났다. 오세근의 몸상태도 완벽하지 않았지만, 사이먼이 내,외곽을 넘나들며 득점포를 가동했다. '크레이지 모드'에 들어간 전성현은 현대모비스 전준범과의 3점포 대결에서 압도했다. 전성현은 1차전부터 3점슛 5개 포함 19점을 기록하는 등 6강 플레이오프 4경기에서 경기당 평균 16.8점 3점슛 4.3개로 폭발했다. 오세근이 3차전에서 발목을 다쳐 아웃됐지만 KGC인삼공사 선수들은 더 똘똘 뭉쳐 3,4차전을 내리 잡고 시리즈 전적 3승1패로 3년 연속 4강 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지었다. 김 감독은 KGC인삼공사 지휘봉을 잡은 후 3년 연속 4강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이변을 일으킨 KGC인삼공사지만 정규경기 우승을 차지한 DB와의 4강 플레이오프에선 기적을 일으키지 못했다. 오세근 없이 4강 플레이오프를 치른 KGC인삼공사는 한계에 부딪혔다. 1차전 초반 앞서나갔지만 4강 직행으로 푹 쉬고 나온 DB에 역전을 허용했다. 이후 2,3차전에선 사이먼까지 지친 모습을 보이며 완패를 당했다. 피터슨 역시 끝내 팀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그래도 오세근의 부상 변수를 딛고 4강까지 진출해 '디펜딩 챔피언'의 자존심은 지켰다.

다가올 시즌 KGC인삼공사는 또 한 번의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 장신 외국선수 200cm 이하 신장제한으로 인해 득점왕 사이먼이 KBL을 떠나게 돼 오세근의 새 파트너를 구해야 한다. 실패했던 단신 자리 적임자도 찾아야 한다. 지난 시즌 성장세를 보였던 전성현과 이재도는 입대했다. 그 공백을 메우기 위해 FA 박형철, 기승호, 배병준도 영입했다. 시즌 막판 각성했던 한희원도 새 시즌 더 힘을 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