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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구단|  역사관

팬들과 함께한 정관장 레드부스터스 농구단의 지난 역사를 잊지 않겠습니다.

“그림자와 빛이 공종한 시기 2009-2010시즌
새로운 부활을 이해 날개짓을 하다”

09~10시즌을 앞두고 안양 KT&G는 파격적인 선수단 개편을 단행했다. 직전 시즌 MVP이자 최고 포인트가드로 불리는 주희정을 SK로 트레이드했고, 외국인 선수 마퀸 챈들러와의 재계약도 포기했다. 이는 KT&G의 전매특허나 다름없었던 ‘런앤건’ 농구를 포기한다는 의미였다. 여기에 양희종 김일두 등 팀 내 유망 젊은 선수들을 비롯해 주희정과 맞바꾼 김태술까지 군에 입대시켰다. 사실상 베스트 5중 황진원을 제외한 네명이 물갈이 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예정된 성장통=이변은 없었다.

직전 시즌 후 대행 꼬리표를 뗀 이상범 감독은 3년 계약에 사인한 뒤 프런트와 함께 장기적 안목에서 팀을 재건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과감한 인적 자원 교체는 어쩌면 당연한 순서였다. 하지만 예상대로 과정은 쉽지 않았다. 초반 10경기에서 2승 8패 부진을 보이며 일찌감치 하위권으로 밀려났다. 끈끈하게 상대를 괴롭혔지만 고비를 넘지 못하고 주저 않는 상황이 반복됐다. 전력의 한계를 절감한 이상범 감독은 여기서 트레이드를 통해 돌파구를 찾았다. 11월 12일 전자랜드에 팀 주축인 리샤드 벨과 이현호, 이상준을 내주고 프랜차이즈 스타였던 김성철과 외국인선수 크리스 다니엘스를 받아 들였다. 일각에선 리빌딩을 명분으로 기존 주력 선수들을 내보냈던 KT&G가 전성기가 지난 노장 김성철과 다니엘스를 데려온 것은 설득력이 없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그러나 두 선수의 영입은 KT&G의 바람대로 분위기 반전으로 이어졌다. 전자랜드에서 제한된 역할만 하던 둘은 KT&G에서 자신들의 플레이를 마음껏 펼쳤고, 득점력 빈곤에 시달리던 팀에 적잖은 활력을 불어 넣었다. 공격 루트도 다양해졌고, 약점이던 높이 문제도 어느 정도 해결했다. 단기적 관점에서 김성철-은희석-황진원으로 이어지는 베테랑 선수들을 중심으로 나름대로 탄탄한 백코트진이 구축됐고, 이에는 2년 후 자연스런 세대교체를 노리겠다는 복안이 담겨 있었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 KT&G가 1월 초까지 6강 희망을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던 것도 기존 멤버에 두 선수가 힘을 보탠 덕분이었다. 6강에 오르지 못한 하위 4개팀 중 이상범 감독이 가장 효율적인 ‘선수 장사’를 통해 2년 뒤 리빌딩을 대비한 실속을 챙겼다는 평가를 받은 것도 그래서다. KT&G는 09~10시즌, 16승38패 승률 0.296로 결국 8위에 그쳤다. 이변은 없었다. 그러나 더 나은 내일을 기약하기엔 충분히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예정된 성장통=이변은 없었다.

09~10시즌은 전체적으로 팀 득점이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다. 조직력을 바탕으로 한 수비 농구가 득세한 게 가장 큰 이유. 악착같이 뛰고 부지런히 움직이는 KT&G의 끈끈한 농구 역시 프로농구의 최소득점 관련 여러 기록을 다시 쓰는 한 요인이 됐다. 때론 직접 불명예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지만, 때론 상대방의 득점을 꽁꽁 묶는 힘을 발휘하기도 했다. 66-60, 6점차 승리를 거둔 12월 1일 SK전에서는 상대에게 역대 전반 최소득점(15점·1쿼터 8점·2쿼터 7점) 기록을 안겼고, 1월 7일 오리온스(66-47 승)에게는 역대 한경기 팀 최소득점(47점)과 팀 최소다투(9개), 4쿼터 ‘필드골 제로’(역대 통산 2번째)라는 악몽을 안겼다.

조연이 아닌 주연 역할도 많았다. 1월 12일 LG전(50-61 패)에서는 3·4쿼터에 16점(3쿼터 11점·4쿼터 5점)에 그치며 역대 후반전 최소득점 기록을 세웠고 곧이어 1월 14일 전자랜드전(52-57 패)에서는 양팀 합산역대 프로농구 한경기 최소득점(109점)의 한축이 됐다. 1월 17일 SK전(50-63 패)을 통해 사상 최초 한팀 3연속경기 50점대 득점이라는 뼈 아픈 상처도 입었다.

보장된 미래를 얻다

2월 3일 열린 2010프로농구 신인드래프트. 단연 승자는 KT&G였다. 09년 12월 4일 나이젤 딕슨을 KT로 내주며 신인 1라운드 지명권을 양도받은 KT&G는 프로농구 출범 사상 최초로 국내선수 신인드래프트에서 전체 1·2순위 선수를 한꺼번에 영입하는 ‘준비된 행운’을 누렸다. 1순위로 경희대 출신 장신 포인트 가드 박찬희를 획득했고, 2순위로 득점력이 빼어난 연세대 포워드 이정현을 손에 넣었다. 이미 각오한대로 정규시즌에선 6강 진출에 실패했지만 두 선수 지명과 군 입대 자원들을 고려할 때 KT&G는 보장된 미래를 얻었다고 볼 수 있다. 김성철 은희석 등 토종 멤버들은 30대 중반을 바라보고 있음에도 ‘미래 자원’들은 KT&G의 밝은 앞날을 보여주고 있다. 박찬희는 은희석의 뒤를 이을 능력이 충분하고, 이정현은 빼어난 돌파와 3점슛 능력으로 당장 다음 시즌부터 김성철의 부담을 덜어줄 득점원으로 뛸 수 있다. 이들이 프로에서 첫 시즌을 보내고 신인티를 벗게 되면 김태술과 양희종 김일두가 팀에 복귀하게 돼 11~12시즌엔 어느 팀도 부럽지 않은 막강 전력을 구축할 수 있다. 예정된 실패와 보장된 미래, 이런 의미에서 09~10시즌은 KT&G에게 그림자와 빛이 공존한 시기였다.